모압(Moab)에서 둘 째날이다. 목적지가 아치스 국립공원 (Arches National Park) 하나였기 때문에 여유로웠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인기가 많아서 아침에 가지 않으면 주차가 어렵다는 정보를 듣고 숙소 (홀리데이 인, Holiday Inn Moab Hotel)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바로 출발하였다. 조식이 포함된 숙박이었는데 조식은 그저 그랬다. 다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아서 실망하진 않았다. 그에 반해 다음 날 브라이스 캐년 숙소 (Best Western Plus Bryce Canyon Grand Hotel)에서 먹은 조식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아치스 국립공원에서의 목표는 1. 데빌스 가든 (Devil's Garden) 트레일 2. 델리키트 아치 (Delicate arch) 트레일을 모두 다녀오는 것이었다. 아치를 비추는 빛의 방향 때문에 아침에는 데빌스 가든 트레일을 가고 오후에 델리키트 아치 트레일을 뒤이어 가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같은 루트를 따랐다.
데빌스 가든 트레일 헤드에서 출발하여 더블 오 아치 (Double O Arch)까지 다녀오는 루트를 선택했다. 원래는 더블 오 아치에서 프리미티브 트레일 (Primitive trail)로 돌아오는 루프를 선택하려고 했으나 길이 험하고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 있어 쉬운 길을 택했다.
데빌스 가든 트레일헤드에서 더블 오 아치까지는 2마일 정도로 50분 정도가 걸리는 코스였다. 가는 길목에 있는 아치들을 구경하면서 가다 보니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인기가 많은 국립공원답게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았다. 특히 어린 친구들도 엄마아빠 손을 잡고 하이킹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트레일 초입에 있는 파인트리 아치 (Pine Tree Arch), 터널 아치 (Tunnel Arch)를 지나 랜드스케이프 아치 (Landscape Arch)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는 걷기 코스였다.
그다음에 있는 나바호 아치, 파티션 아치, 더블 오 아치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경사가 심한 바위를 올라가는 코스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네 발로 기어가는 곳이다.
처음 트레일 코스보다는 험난하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다. 손이 더러워지는 것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면 큰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다.
또 한 가지 관문이 남아 있었다. 높은 바위 위를 20~30 미터 걸어가는 코스이다. 평평한 바위이지만 폭이 그렇게 넓지 않았고 높은 곳에 있어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긴장하면서 건너야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다.)
이 두 가지 관문만 넘어서면 다시 어렵지 않은 트레일 코스가 이어졌다.
목표했던 대로 파티션 아치, 나바오 아치를 거쳐 더블 오 아치까지 구경하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왔다. 지나가는 사람이 적을 때에는 약간 길을 헤매기도 했다. 표지석이나 트레일 표시가 다른 곳처럼 확실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많이 다닐 때는 서로가 서로를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전 시간은 데빌스 가든 트레일을 걷느라 다 보냈다. 3시간 정도를 구경했다. 다음 목적지로 델리키트 아치를 보러 갔다.
델리키트 아치 트레일 헤드에서 델리키트 아치까지는 편도 1.5마일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우선 돌산을 넘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먼저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암각화 (Petroglyph)를 구경했다. Petro- 접두사가 석유와 관련된 의미 이외에도 암석과 관련된 뜻이 있다는 것은 사전을 보고서야 알았다.
오전에 트레일 하나를 구경해서인지 혹은 길 자체가 돌산을 올라가는 형태여서 인지 몰라도 오르는 길이 지루하고 힘들었다.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구불구불한 길을 걷고 경사가 있는 돌산을 올라야 하는 코스였다. 몇 번을 쉬고 나서야 돌산을 넘었다.
보이는 광경이 조금 달라지니 힘이 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아치스 국립공원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델리키트 아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큰 크기에 압도되었다. 그랜드서클을 구경하면서 많은 아치들을 보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델리키트 아치였다. 역시 사람들이 추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맑았고 아치 주변의 풍경도 멋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광경을 즐기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목표한 두 곳을 모두 다녀왔음에도 시간이 남아 몇 군데를 더 구경하였다. 이전에 많이 걸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꾀가 나서 긴 코스로는 가지 않고 차에 내려서 금방 볼 수 있는 곳만 구경하였다.
아마 이 날은 3만 보 이상 걸었던 것 같다. 아치스 캐년을 좀 여유롭게 보기로 한 것이 잘 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특히 델리키트 아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 아치스 국립공원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한다면 델리키트 아치만은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숙소가 있는 모압으로 돌아와 시내 구경을 했다. 푸드트럭이 모여있는 곳에서 간단히 요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카페에도 갔다. 한 지역에서 가장 다양한 활동을 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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